세상 모든 이가 누군가의 귀한 아이이듯, 비구 승려 역시 한 어머니, 한 아버지의 귀한 아들이다. 비록 일대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심해서 출가한 몸이라 할지라도 부모와의 천륜은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목련존자는 지옥에 계신 어머니를 구해낸 지극한 효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근대 한국 불교를 일으킨 경허 선사 역시 크게 깨닫고 나서 가장 먼저 어머니를 찾아갔다고 한다. 경허 선사가 직접 탁발해 가며 20여 년간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하니, 깨달았다 해서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주위를 보면 홀로 되신 노모를 절에서 모시고 사는 어른 스님들이나, 부모님 생신날에는 잠시 속가에 들러 가족과 함께 공양하는 도반 스님들도 보게 된다.

나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마다 속가에 며칠이라도 머물며 아들 도리를 다하지 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속죄하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한 해 두 해 지나갈수록 오랜만에 뵙는 어머님의 모습은 점점 힘없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희끗희끗 흰머리도 많아지고 이도 빠지기 시작하셨다. 할머니가 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의 눈으로 보고 있자니 속상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의 만물이 다 무상(無常)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래도 어머니만큼은 좀 그 무상의 진리가 비켜갔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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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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