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선호 솔빛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위스타트에서 개발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아이들의 변화를 목격하고 발견하게 되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지친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의 변화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아가게 하는 긍정적 변화도 있지만 세상 앞에 움츠러들고 도망가게 하는 변화도 있다. 또한 아이들이 겪는 변화는 측정할 수 있는 것의 변화보다는 각각의 개별 형질이 갖고 있는 특성이 합쳐지고 나뉘는 과정을 거치면서 속성이 달라지는 질적 변화로 보기에 더 적당하다.
인성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연령이 높아졌고, 인성교육을 통해 변화를 이루었던 아이들이 자신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간직하고 있는지 현황도 파악할 겸 처음으로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대상이 바뀌기보다는 대상의 연령이 변화했던 솔빛의 인성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이란 어떠한 영향력과 내면의 힘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인성교육을 준비하며 늘 고민하는 것은 과연 인성이 무엇일까? 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살아감에 있어 인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필요성을 주강사인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아이들에게 교육으로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에 인성의 뜻이 잊힐 때면 종종 검색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는 한다. 인성이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독특한 심리 및 행동 양식”으로 개인과 그의 환경 간에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내외적 통제 간의 화해라고 한다. 말이 좀 어렵지만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서 나는, 인성이란 어떠한 상황이나 문제를 인식한 자아가 각자만의 독특한 방식과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행동양식이며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감정이나 사고를 적절히 통제하고 정제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다시 만나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각자만의 사고하는 독특한 방식이 초등학생 때보다는 더 면밀히 형성되어 있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나름의 근거와 이유가 있고 합리적인 고민과 생각을 통해 행동함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의 자아가 어느새 훌쩍 자라 사회활동 속에서 온전히 정립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전달이 좀 더 될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인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과 의견이 대립되고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개성과 기호가 생기고, 이로 인해 각자의 호불호가 생겨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나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주강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고 수업 시간에 자신들의 의사와 의견대로 행동하면 수업하며 힘도 빠지고 진짜 막막하며 어떨 때는 화도 나는데 집에 와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나름의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인성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떠올려본다. 다시 말해 우리 아이들이 인성교육을 통해 변화된 점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원하고, 자신의 말 한마디로 상대방이 오늘 하루 행복했으면 하고, 마음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의 가치를 안다. 또한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자신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때론 자신의 의견대로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또 이내 타인의 감정과 의견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비록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처럼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불안함을 느끼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각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아이들에게 가장 뚜렷하게 일어난 변화는 어려운 일을 침착하게 처리할 수 있고, 감정 변화가 감소되었으며, 이해심이 많고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사고는 생활하는 환경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존감은 타인의 비판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내어준다. 또 무엇이든 부수고 싶은 내재된 분노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며 실수와 잘못, 비난과 조롱으로부터 나를 단단하게 세워준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나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비난받는 것이 무서워 쉬쉬하고 비밀에만 붙여두지 않는다. 친구들과 다투기도하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또 용서와 이해를 구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복도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를 잘하고, 전통문화와 예절에 관심이 많으며, 고맙다, 미안하다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사말도 잘 건네는 공손하고 정중한 아이들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누르며 화를 참기도 하고, 또 내 성질을 통제하지 못하는 때도 종종 있다. 여전히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가끔 자신의 성질을 못 이겨 폭발해버릴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성장과 성숙,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정립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인성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괜찮아” 하고 말해준다. 실수해도 괜찮아. 몰라도 괜찮아. 잘 못해도 괜찮아. 우리가 무수히 겪어내고 인내해 내는 모든 상황들 속에서 “괜찮아?” 하고 물어봐 준다. 그동안 토해내지 못한 감정들을 꺼내놓을 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들에게 인성프로그램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인성프로그램은 오늘만 바라보며 좌절하고 절망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또 나아가게 하는 힘을 길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자 아이들의 생각과 시간을 기록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된다. 기록하고 공감하며 때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또 상처받아 아프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함께 가야 하는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봐도 된다면, 이 글을 통해 아이들이 주강사의 마음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강사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성숙해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인성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단순 교육으로서의 영역이 아니라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와 덕목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한 환경들을 절실히 고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 기간 인성프로그램을 진행해왔지만 여전히 인성교육이 절실 하구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