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보라 열국아이학교 교사

피난처 열국아이학교에 입사하자마자 인성교육 신규 강사 양성 워크숍을 수료하고 인성교육 강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인성교육으로 아이들과 만난 것입니다. 전문성도 없이 아이들을 만나겠다고 현장에 뛰어든 저에게 인성교육이라는 도구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가는 데에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인성교육을 하며 지낸 시간이 저에게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아이들은 이해력, 집중력, 손재주, 자신감, 의지 등 모든 면에서 모두가 달랐습니다. 돌아보면 인성교육을 5개월가량 진행한 시점이었던 2023년 초만 해도 일부 아이들은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도입 부분에서 신나게 참여하다가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활동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곤 했습니다. 옆에서 보조교사가 아무리 격려해도 슬픈 눈을 하고 입을 삐죽 내밀고는 재료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아이는 주어진 시간이 끝났음에도 손에서 색연필을 놓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종료 5분 전, 3분 전에 미리 알려주어도 매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짜증 섞인 소리를 내며 재료를 더 움켜쥐었습니다. 협동이 필요한 활동을 할 때면 한쪽에서는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괴로워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누군가가 시켜주기만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또 매거진이냐’며 볼멘소리를 할 만큼 인성교육 회차가 지났을 즈음, 아이들은 각기 적응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친구와 매거진을 살펴보게 되었고, 색연필을 놓지 못하던 아이는 짜증 대신 ‘잠깐만요, 이것만요!’를 외치며 다소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하던 것을 정리하고 친구의 발표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도권을 쥐던 아이는 친구의 생각을 묻게 되었고, 우두커니 서 있던 아이는 ‘내가 테이프를 붙일게!’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네 생각은 어때?’를 다 커서 배운 어른인 탓에 그런 질문을 가르치는 것이 어색했지만, 아이들은 그들만의 순수함으로 저의 부족한 가르침에 온전히 반응하며 의견을 모아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갔습니다. 모양은 달랐지만 인성교육의 모든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주었고, 그러한 다른 모양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든 자라겠지만 신뢰관계에 있는 어른이 무엇이 좋은 것인지 제시해 줄 때 아이들은 ‘바르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아이들과 신뢰관계를 쌓는 통로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무엇이 좋은 것인지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가만히 앉혀놓고 말로만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으로 옮기면 강사가 적절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아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교육을 이루어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