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하나 브라더스키퍼 공동대표
Save People and Save Nature.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입니다.
브라더스키퍼는 아동 양육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입니다. 2018년 창업 이후 ‘BREATH KEEPER’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공기정화 식물을 활용한 실내 벽면녹화와 플랜테리어 사업을 통해 실내 공기질을 정화하고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립준비 청년들은 브라더스키퍼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일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람과 관계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자립준비 청년이란 아동 양육시설, 공동생활 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을 말합니다. 한 해에 약 2000명 이상의 자립준비 청년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고 있으나 여전히 자립준비 청년의 현실은 여러 통계에서 나오듯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20살, 갑자기 세상에 나와 겪게 되는 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어린 시절 시설에서 지내며 단체생활을 통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기에 때로는 당황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공과금 고지서를 어떻게 내는지, 은행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집을 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매 순간을 맞이합니다. 보통의 20살이 겪는 설렘 가득한 홀로서기가 아니라 고립감과 외로움 속에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는, 두렵고 떨리는 홀로서기의 순간들을 맞이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 설문조사 결과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 청년 3104명을 대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50%로 집계됨)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 속에서 나에 대해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될까? 조금 다르게자라 온 환경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소극적인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며 이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숨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모두가 비슷한 처지에서 자라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각자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진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의 메인 사업인 플렌테리어 사업은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식물을 통한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는 중요한 매개가 됩니다. 식물을 돌보며 각자의 상처를 회복해가고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정서적인 안정감 속에서 일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사회를 배우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일반적인 사회로 나아가 부딪혀도 이겨낼 수 있는 내성과 힘을 기르는 것이 브라더스키퍼가 안전한 울타리로 역할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브라더스키퍼는 플렌테리어 사업 뿐만아니라 그간 당사자로서 꾸준히 자립준비 청년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자립수당을 만든 것, 보호 종료 기간을 만 24세로 늘린 것, 사회적기업에서 인정받는 취약계층 분류에 자립준비 청년이 들어가도록 한 것 등 여러 정책 변화들에 일조했고, 새로운 어젠다를 사회에 던지며 이제는 자립준비 청년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보호아동들에게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립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자립 이전의 준비가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보호기간동안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고 사회에서 어우러져 사는데에 지장이 없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여전히 많은 도움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현재 아동 양육시설에 입소하는 친구들의 40~50% 이유는 ‘학대’입니다.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들어오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수치로 현재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30~40%가 경계선 지능이거나 ADHD를 판정받아 보호와 교육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동들에 대한 심리치료나 정서적 케어가 꾸준히 필요합니다. 브라더스키퍼의 미션이 자립준비 청년들의 안정적인 자립이기에 그것의 근간인 보호아동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위스타트의 20주년을 축하하며 진정한 20살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보통의 20살은 보호받던 부모의 품을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떠나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일 텐데요. 우리 자립준비 청년들에게는 그 ‘준비’가 없이 바로 어른이 되어버린 시기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 맞이하는 세상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버겁기에 여전히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존재로 함께할 때 진정으로 각자 잘 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살은 홀로서기를 배우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함께 서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그것을 위한 주변의 사소한 관심과 사소한 무관심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겪은 조금 다른 경험이 사회에서 편견과 낙인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20살이 넘었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라고 말하기 보다, “내가 알려줄게. 같이 해볼까?”라고 다가가는 친구와 동료, 그리고 어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자립준비 청년이 홀로서는 게 아니라 함께 설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며 오늘도 브라더스, 키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