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군지 친구들이 알아봐?”
당연하지. 당연한 거 아니야? 쌍둥이 형제는 심드렁하니 대답도 똑같이 했다.
서안과 지안. 우리 집 아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라서 똑같이 생겼다. 얼굴뿐인가. 키도, 체형도, 뒤통수도 똑같아서 어떤 때는 나조차도 아이들을 헷갈린다. 엄마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떨까.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을 땐 걱정부터 했다. 쌍둥이 형제가 붙어 다니면 어김없이 비교와 평가가 따라다닐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누가 형이니 동생이니’로부터 시작된 비교는 ‘누가 더 크니, 더 잘생겼니, 더 착하니’와 같은 평가들로 번졌다. 쌍둥이 형제는 서안과 지안, 이름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고유한 아이들인데, 단지 눈에 똑같아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쉽게 무례를 범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작은 학교에는 학급수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마저도 학생 수가 점점 줄어서 반에는 15명의 친구만 남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교생이 쌍둥이 형제를 알았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쌍둥이들이다!’라며 부르고 지나갈 때면, 뒤따라올 비교와 평가로 아이들이 상처받진 않을지 마음 졸였다.
종업식을 앞둔 겨울이었다. 아이들 학급에서 재능발표회가 열렸다. 한 학년을 마무리하며 가족들을 초대해 저마다의 재능을 선보이는 자리. 서안과 지안도 뭔가를 열심히 연습하는 것 같았는데 엄마에게는 꽁꽁 숨겼다. 발표회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직접 친구의 무대를 소개했다.

“내 친구 소율이는 옆돌기를 잘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종종 걸어나온 소율이는 올려묶은 머리를 다시금 질끈 동여맸다. 오가며 인사를 나눌 땐 조용하고 수줍은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다. 그런데 두 팔을 뻗은 소율이는 거침없이 빙글, 또 빙글. 옆돌기로 마룻바닥을 오갔다. 씩씩하고도 우아한 재능이었다. 와아아, 박수가 쏟아졌다.
친구들을 소개하는 멘트도 아이들이 직접 썼다고 했다. 내 친구 주영이는 피구할 때 공을 잘 잡습니다. 내 친구 연우는 쉬는 시간마다 너무 웃깁니다. 내 친구 진영이는 매직큐브를 반듯하게 접습니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소개하는 근사한 말들이 이어졌다.

“내 친구 서안이는 2단 뛰기 쌩쌩이를 잘 뜁니다. 내 친구 지안이는 친구들을 잘 봐줍니다.”
서안과 지안은 줄넘기와 태권도로 친구들과 합동무대를 선보였다. 서안이는 한가운데 서서 나비처럼 날아 2단 줄넘기를 쌩쌩 넘었다. 가장자리에 선 지안이는 제 품새보다도 친구들의 대열을 정리하고 동작을 봐주느라 바빴다.
차분하게 종이접기를 보여주는 친구, 듀엣으로 함께 노래하는 친구들, 친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발레를 추는 친구도 있었다. 무대가 이어질수록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실은 완벽한 무대는 하나도 없었다. 순서가 틀리고 동작이 어긋나고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의 재능은 실수가 잦았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속닥거리며 다시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뭉클했다.
서로의 재능을 가만히 지켜보며 응원해 본 시간. 아무도 비교하거나 평가하거나 단정 짓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어른의 시선으로만 기준을 두었던 나의 조바심과 걱정이 부끄러웠다. 문득 학급 게시판에 붙어있는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정한 사람입니다. 내 일은 내가 스스로 합니다.’

생각했다. 누군가의 재능이 빛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는 건, 다정한 마음이구나. 다정한 친구들이 곁에 있기에 아이들은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줄 알았다. 사소한 장점 하나라도 발견해내는 투명한 눈과, 괜찮다고 다시 해보라며 격려하는 박수 소리가 우리 모두를 씩씩하게 했다. 줄넘기에 발이 걸리고, 피아노 음계를 틀리고, 긴장한 목소리가 작아지더라도, 그 누구도 울지 않았다. 잘했어. 참 잘했어. 12월의 작은 교실에는 몇 번이고 박수 소리가 노래처럼 쏟아졌다.
“누가 누군지 친구들이 알아봐?”
나의 물음을 곰곰 돌아보았다. 당연하지. 당연한 거 아니야? 서안과 지안은 심드렁하게 대답했었지.
“그걸 어떻게 알아본대?”
“계속 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대.”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품은 다정한 재능을.
* 쌍둥이 형제 서안과 지안을 제외한 친구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글 | 고수리
KBS 인간극장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