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평론가로 활동한 지 올해로 13년 차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다.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가끔은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한다. 축구 선수에게 공 차는 게 지루하지 않느냐거나 요리사에게 물 끓이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이야기와 동일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맞나.
지면을 빌어 고백하건대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 오래도록 나에게 음악은 공명하는 게 아니라 분석과 감탄의 대상이었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소리의 매혹에 넋이 나가 깊이 몰입하거나, 디지털 파일과 스트리밍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는 천재들의 재능에 탄식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 자신이 고독하다는 착각에 빠져 이 세상에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남긴 예술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생긴 습관이다. 취미를 일로 이어 나가고 나서는 더욱 혼자가 편해졌다. 예술은 아름다워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은 기계적이고 건조하다. 그것이 ‘음악 애호가’나 ‘음악 팬’이 아닌 ‘음악 평론가’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신기하다. 한없이 혼자여야 할 것 같고 근엄한 말투를 가지게 되는 음악 평론가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이 될 줄 몰랐다. 워낙 낯을 가리고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던 나는 이제 음악 플랫폼 ‘제너레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어색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을 외치기도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나를 도와주는 모습에 벌써 어떻게 그 정성을 갚아나가야 할지 걱정이 막막하다. 오직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리의 전율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이끌어간다. 내가 음악을 통해 느끼는 울림은 음악 그 자체의 감동이라기보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모인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느끼는 쾌감에 가깝다.
오늘날 세계에서 ‘공명’하는 음악과 음악의 풍경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진공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매우 과격하고 거친 음악에 맞춰 서로의 몸을 부딪치는 풍경이 낭만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밴드 턴스타일이 대표적인 밴드다. 턴스타일은 강하고 빠른 펑크 록(Punk Rock)을 연주하며 관객과 함께 아우성을 치는 언더그라운드 장르 하드코어를 어떤 편견과 차별 없이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으로 끌어올렸다. 턴스타일의 대유행만이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오늘날 록과 힙합 페스티벌 현장에서 유독 젊은 친구들이 구호에 맞춰 서로를 인파의 구덩이에 몰아넣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한국 시각 2월 9일 열린 미국 미식축구리그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등장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팝스타 배드 버니의 무대가 뜨거운 화제를 낳는 현상 역시 강렬한 울림이다.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오가는 지상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오직 스페인어로만 노래하며 모든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를 축복한 그는 ‘증오보다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토록 고립되어 있고, 서로서로 미워하는 시대에 배드 버니는 함께 하는 이웃 친구들과 즐거운 한때를 기록해 두라고 노래한다. 그들의 음악 제목은 내일 다시 눈을 뜨면 잊어버릴 생각과 감각을 물질적인 형태로라도 저장하고 간직해 두라고 당부한다. 앨범 제목은 다음과 같다. “사진을 좀 더 찍어둘 걸(DeBÍ TiRAR MáS FOToS)”
과거였다면 이런 광경조차 냉소적으로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물리적인 소리보다 마음의 진동을, 그리고 모두와 함께하는 울림에 대해 생각하며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이 평범한 기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 오늘도 부지런히 음악을 글로 쓰고 말하고 있다.
🖋️글 |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 / 한국 대중음악상(KMA)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