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밭이다. 여행자에게 바다는 낭만의 다른 이름이겠지만,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 갯마을에서 바다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다. 고맙게도 바다는 온갖 끼닛거리로 가득하여, 악착같기만 하면 살아낼 방편을 구할 수 있다. 먼바다까지 나아갈 필요도 없다. 마을 어귀 갯벌에만 나가 봐도 된다. 물 빠진 갯벌은 수상쩍게 생긴 녀석들 천지지만, 막상 잡아오면 밥이 되고 돈이 된다. 갯벌에서 벌어오는 끼닛거리를 남도 갯마을에선 ‘갯것’이라 부른다. 해물(海物)이 아니라 갯것이다. 갯것이라고 불러야 갯마을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남도 갯벌은 온갖 종류의 갯것으로 풍성하다. 게가 기어 다니고, 낙지가 꿈틀거리고, 조개가 숨을 쉰다. 이들 갯것 중에 짱뚱어도 있다. 경음으로 이뤄진 이름도 수상하고, 펄떡펄떡 뛰어다니는 행동도 수상하고, 해괴한 생김새는 더 수상한 갯것이다. 짱뚱어는 눈이 머리 위로 툭 튀어나와 있다. 몸집은 통통한 미꾸라지 같은데, 지느러미를 활짝 피면 꽤 크고 화려하다. 손암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짱뚱어를 ‘철목어(凸目魚)’라고 불렀다. ‘눈이 튀어나온 물고기’라는 뜻이다.

이 수상한 갯것도 사람이 먹는다. 생김새만 보면 먹을 게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먹을 만하다. 짱뚱어는 튀겨 먹고 구워 먹고 심지어 날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곱게 간 뒤 추어탕처럼 뚝배기에 끓여 먹는다. 얼큰하고 묵직한 게 아침에 한 그릇 먹으면 온종일 든든하다.
남도에는 짱뚱어탕 끓이는 집이 많다. 전라남도의 여러 고장, 그러니까 순천, 보성, 장흥, 해남, 신안, 무안 같은 남도의 갯마을을 가보면 짱뚱어탕 잘하는 집이 꼭 있다. 전남 해남과 장흥 사이 강진에도 짱뚱어탕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 강진시장 건너편의 ‘강진만갯벌탕’이다.

강진만갯벌탕. 이 집을 드나든 지가 20년을 헤아린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순임 할머니가 짱뚱어탕을 끓인다. 이 집이 다른 짱뚱어탕 집과 다른 점이 있다. 이 집에서 끓이는 짱뚱어는 모두 할머니가 잡아온 것이다. 올해 일흔여섯 살이 된 이순임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짱뚱어를 잡았다고 했다. 강진이 멀어 자주 들르지는 못했지만, 긴 세월 드나들었던 인연이 있어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사연은 할머니가 끓여주는 짱뚱어탕처럼 무겁고 진했다.
“열세 살부터 짱뚱어를 잡았네. 동네에서 조금 나가면 강진만 갯벌이었거든. 학교도 안 가고 짱뚱어를 잡으러 갔어. 하고 많은 갯것 중에 왜 짱뚱어를 잡았냐고? 짱뚱어가 제일 비쌌거든. 지금도 비싸. 비쌀 때는 한 마리에 3000원씩 해. 짱뚱어가 몸에 좋아. 장어는 기어 다니지? 짱뚱어는 날아댕겨.”

일흔여섯 살 할머니가 열세 살부터 짱뚱어를 잡았으니 올해로 64년째다. 갯마을 소녀가 잡아온 짱뚱어는 소녀의 밥이 되었고 고무신이 되었고 연필이 되었다. 그렇게 잡아온 짱뚱어로 할머니는 평생을 살았다. 둘째를 낳자마자 월남에 간 남편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할머니는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짱뚱어를 잡아야 했다. 어릴 적 소녀의 밥과 고무신과 연필이었던 짱뚱어는 아이들을 먹이는 밥과 가르치는 학비가 되었다.
할머니가 짱뚱어를 잡는 방법은 독특하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짱뚱어를 잡았지만, 나중에는 요령을 알아냈다. 낚시 바늘 네 개를 하나로 묶은 다음 낚시를 던져 짱뚱어를 낚아챘다. 2019년 할머니를 따라 갯벌에 나간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뻘배 타고 쓱쓱 갯벌로 나아갔다. 펄 속으로 숨었던 짱뚱어가 기어 나오길 기다렸다가 휘리릭 낚시를 던졌다. 백발백중. 할머니가 팔을 휘저을 때마다 짱뚱어가 올라왔다. 할머니는 “한창 때는 하루에 1000마리도 잡았다”고 자랑했다.

작년 11월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짱뚱어탕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앞에 와 앉았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할머니에게 손을 보여 달라고 했다. 검게 그을린 손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바짝 깎은 손톱 밑으로 뻘때가 새까맸다. 손가락이 짧고 뭉툭한데, 왼손 검지가 이상했다. 할머니가 “시래기 썰다가 짤랐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자세히 보니 봉합한 자국이 드러났다. 할머니 손을 오래 어루만졌다.

🖋️글 | 손민호
중앙일보 레저팀장